아이폰으로 찍어 사진 화질이 떨어진다. 물론 사진 속 인물은 내가 아니다. ㅋ 체육관에서 출전한 다른 선수를 찍은 사진.
너가 복싱을?
복싱 체육관을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외소한 내 체격과 복싱은 안 어울린다.
내가 복싱 체육관을 다닌 건 2009년 4월부터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아는 선배가 복싱 체육관에 다녀 같이 다니게됐다. 복싱 등 격투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사람을 어떻게 때려... 그냥 운동 삼아...ㅋ
2009년 4월부터 다녔지만 중간중간 안 나간 때가 많아 내가 실제로 다닌 것은 1년이 채 안 된다. 특히 작년 9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모임에 나가는 정도였다. 그래서 실력은 별로다. 특히 스파링을 안 했기 때문에 어디에다 복싱한다는 이야기하기 부끄러운 실력이다.
생활체육복싱대회 도전 결심
그런 내가 생활체육복싱대회에 도전하기로 맘을 먹은 건 7월 말이었다. 그 날도 한달에 한 번 체육관 모임에 나갔다. 모임 시간보다 일찍 나가 오랜만에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다 벽에 붙은 제1회 관악구청장배 생활체육복싱대회 소개 프린트물을 봤다. 순간 뭔가 목표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함 도전해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 운동을 너무 안 했고 대회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아 고민이 됐다.
며칠 지나 조심스레 관장님께 출전해도 되냐고 물으니 관장님이 흔쾌히 경험 삼아 나가보라고 하셨다. 그 말에 힘을 얻은 나는 과감히 신청했다.
다시 운동을 하려니 폼이 영 어색하다. 남은 시간은 별로 없는데 폼부터 안 잡힌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기본기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본기부터 연습했다.
자기와의 싸움 체중감량
또 하나 걸림돌은 체중이었다. 체급이 55kg 이하, 60kg 이하, 65kg 이하 등 5kg을 기준으로 나눠졌다. 몸무게를 재보니 55.8kg 정도 나간다. 60kg 이하로 출전할 경우 상대방과 체급차이가 많이 날 것 같아 55kg 이하를 신청하고 체중을 줄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살 빼는 건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처럼 살이 잘 빠지지 않았다. 운동만으로도 2kg 정도는 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주일을 남기고 몸무게를 쟀는데 그대로다. 이런. 휴가 때 많이 먹은 것이 문제다. 1주일 동안 2kg 빼야하니 저녁을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 이틀 앞두고부터는 거의 밥을 안 먹었다. 덕분에 54kg 정도까지 몸무게는 줄였다. 살을 빼니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살 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처음으로 알게됐다. 복싱선수들이 체중감량할 때 정말 힘들다고 했는데 그 고통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대회 당일 아침 대진표를 보니 몸무게를 괜히 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당일 아침 54kg으로 체중 측정을 가뿐하게 통과하고 대진표를 봤다. 아니 이런.... 30대 55kg 이하 출전 선수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30대, 40대를 묶었고 55kg 이하와 60kg 이하를 묶었다. 즉 몸무게를 뺄 이유가 전혀 없었다. ㅜㅜ 대회를 앞두고 이틀 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그런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밥을 안 굶었어도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허탈함이란....
생활체육대회 시작
오전 9시부터 대회가 시작됐다. 나는 거의 끝날 무렵 시합이다. 같은 체육관에서 나온 다른 친구들 응원하고 다른 사람들 시합을 구경했다. 다들 파이팅이 넘친다. 남자의 경우 2분 2라운드이기 때문에 시합이 난타전인 경우가 많다. 난타전이기 때문에 체력전이기도 하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 내 차례가 됐다. 우리 체육관 선수들 시합을 볼 때는 굉장히 긴장됐는데 막상 링 위에 내가 오르니 아무 생각이 없다. 운동을 너무 안 해 이길거라는 생각은 안 했고 KO만 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체육관 프로선수한테 주의해야할 점을 물으니 무조건 주먹을 많이 뻗으라고 한다.
상대방을 보니 얼핏봐도 키가 나보다 6,7cm는 큰 것 같고, 나이도 30대 초반에 운동을 많이 했는지 몸도 탄탄해 보인다. 몸무게도 60kg이 조금 안 될 것 같다. 상대방을 보니 이기는 건 물건너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
심판이 주의사항을 이야기하며 1분30초니 피해다니지 말고 무조건 붙어서 경기를 하라고 한다. 공이 울리고 시합이 시작됐다. 멋있게 피하며 쨉을 날리고 싶지만 몸이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방 스트레이트가 안면에 정확히 몇대를 맞는다. 헤드기어를 하고 글러브도 커서 맞으면 아프다는 느낌보다는 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통으로 몇대를 맞으니 정신이 없고 몸도 안 움직인다. 1분30초 정도 정신없으니 맞으니 심판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경기를 중단시킨다. 아.... TKO 패다.
기분 전환하려고 대회 나갔다. 정말 많이 맞고 1회 끝날 무렵 TKO 패를 당하니 기분이 영 안 좋다. 실력차, 체력차로 인한 깨끗한 패배였는데 기분은 영 안 좋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도전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너무 쉽게 져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 한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또한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봤다는 건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이런저런 운동을 해보는데 내가 잘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무래도 마라톤 같다. ㅋ 이번 가을에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 ㅎㅎㅎ
